신문화사의 관점에서 본 선물의 역사
차르 표트르 1세가 임무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시동에게 수고했다며 금을 선물하려고 한 적이 있다. 이에 아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황제의 시동은 돈으로 된 선물은 받지 않습니다. 이는 황제의 명예를 위해서입니다." 이 말에 감명을 받은 표트르 1세는 장차 황제의 명예를 열심히 수호하라며 보검을 선물했다. 비슷한 시기 프랑스의 궁정에서는 반대의 일이 일어났다. 중요한 계약을 위해서 네덜란드에서 파견된 대표단이 계약을 마치고 돌아가려고 하자, 리슐리외는 대표단에게 왕으로부터 하사되는 이별선물로 보석을 받을지 은접시를 받을지 선택하라고 말했다 (당시 프랑스 궁궐에서는 떠나는 이에게 의례 둘 중 하나를 선물로 줬다). 프랑스에서 남겨진 기록에 의하면, 네덜란드의 대표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프랑스 쪽 기록이기 때문에 3인칭 시점이다). "qu'il leur seroit plus commode de leur recevoir en lettres de change, pour en toucher la valeur a Amsterdam". "암스테르담에 돌아가 돈을 받아갈 수 있도록 수표로 선물을 받을 수 있다면 더 편리할 것이다". 이 재미있는 일화 (네덜란드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는 독일의 역사가 슈톨베르크-리링거(Stollberg-Rilinger)가 17-18세기 유럽 궁정의 선물 문화를 분석하는 텍스트 서두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그녀는 유럽 초기 근대의 상징 의례 연구를 선도하는 연구자이기도한데, 이 텍스트에서는 상징 의례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선물 문화를 분석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 특히 첫 번째가 단순히 예의상의 겉치레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뒤, 작가는 그와 같은 인식의 배경에 숨어있는 '윤리적 경제 (moralische Ökonomie)'를 분석해 나간다....